시부모님의 강력한 권유로 시댁에서 산후조리를 할 때였다.
며칠 후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변변찮은 형편이었고 시어머니가 전화로 당부하신 것도 있어서 명절에 빈손으로 시댁에 갔다.
현관에 들어서는데 시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시아버지께 성묘에 좀 늦을 것 같다고 전화를 드렸다.
우리는 성묘는 건너뛰고 가족 식사 시간에만 참석했다.
결국 시할아버지의 제삿날 시어머니와 나의 갈등은 분화구처럼 폭발했다.
시어머니는 충돌이 있을 때마다 선전포고를 하곤 했다.
그날은 나도 시어머니의 등 뒤로 크게 소리 쳤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집안 분위기는 당연히 싸늘해졌다.
미혼인 사람들은 이 통화의 문제점이 뭔지 모를 수 있다.
어쩌면 아내한테 결정권을 줬으니 잘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진영이한테 물어볼게'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답하는 남편을 보며 매번 뼈저린 실망을 느꼈다.
원래 ‘무엇을 하자’고 하는 어른들의 요구는 거절하기 어렵다. 게다가 시어미니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민 상황에서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YES' 뿐이다. 좋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람 좋고 눈치 빠르고 대인 관계도 능숙한 남편은 어머니와 나 사이에서는 무능 그 자체였다.
“네 며느리도 너 같으면 넌 좋겠냐?”
이런 말을 몇 번 들으며 내 미래의 며느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그 아이를 며느리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며느리는 여성이 맡은 수많은 역할 중 하나일 뿐이다.
그녀는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딸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살가운 친구일 테고, 나에게는 나의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일 뿐이다.
누구도 역할에 그 존재가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여성들이 ‘며느리’라는 역할 뒤에 자신을 억누르고 살지 않기를 바란다.
낯선 사이인 그들은 서로를 알아가고 천천히 정을 쌓으면 족하다.
본 콘텐츠는 책 <슬기로운 B급 며느리 생활>의 내용을 토대로 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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