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장 큰 공포를 느낄 때는 길을 잃는 순간이다. 원시 사회에서 길을 잃는다는 건 죽음과 다름 없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길을 찾는 능력을 익혀야 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GPS 기술 덕분에 초원 한 가운데서 길을 잃지는 않는다. 대신 현대인은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마치 길을 잃은 것 같은 공포감을 느끼게 되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대가로 길을 찾는 능력을 내주었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가장 흔한 정신 질환인 우울증은 해마의 기능 장애와 관련되어 있는데 이는 길 찾기를 담당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즉, 우울증의 절망이란 길을 잃은 것과 같은 절망인 것이다. 위치 감각을 잃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자꾸 어디론가 가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어디에 있는 거지? 여기는 어디니?" 실제 공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