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여자교도소를 취재할 때의 일이다. 교도소 안에는 모범적인 장기수를 위해 가족과 1박 2일을 보낼 수 있는 ‘만남의 집’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평범한 가정집처럼 꾸며진 만남의 집에서 그녀가 부모님과 하루를 온전히 같이 보내는 건 무려 14년 만의 일이었다. 그녀는 부모님이 준비해 온 식재료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14년 만에 요리를 하려니까 잘 안 되네요.” 딸이 우여곡절 끝에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만든 저녁상이 한가득 차려졌다. 말 없이 딸이 14년 만에 차린 저녁 식사를 하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너를 이렇게 만든 것 같다.” 그 뒤로 부모님과 딸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셋 사이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안타까웠지만 되돌릴..